ASML, 반도체 시장 침체 조짐…내년 매출전망 대폭 하향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이 내년 신규 수주 전망을 당초 예상치의 절반인 26억 유로로 하향 조정하면서 ‘반도체 겨울’이 깊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제기했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로, 그 매출 감소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신규 설비 투자를 줄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CEO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시장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며, 고객들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텔은 독일에 새로운 반도체 제조 시설 설립을 미루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이 더딘 상태이다. 반도체 산업 내에서 인공지능(AI) 수요를 제외한 스마트폰과 컴퓨터 분야의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동향은 중국의 저가 반도체 공세와, 미국의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에 의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ASML의 중국 내 매출 비중은 직전 분기 49%에서 내년에는 20%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아직까지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전 세계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정적이어서 한국 정부와 기업, 자본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ASML의 주가는 15일 뉴욕 증시에서 16.26% 급락하며 1998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엔비디아는 4.5%,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10.69%, 램 리서치는 10.9%, KLA는 14.7% 하락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는 16일 2.46% 하락하여 5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SK하이닉스도 2.18%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은 9.19% 급락했고, 대만의 TSMC 주가도 2.34%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한국 정부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8조 8000억 원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직접 보조금은 여전히 0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와 지원 방안이 시장의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