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매도세로 전환하며 자금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에 이어 은행주에 대한 대량 매도가 나타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5일 10.6% 하락하며 8만5800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JB금융지주는 6.79%, 신한지주는 5.5% 하락하는 등 주요 금융주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외국인은 KB금융에서 1341억원, 신한지주에서 352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은행주에 집중된 매도가 두드러진다. 7월 미국 국채 수익률 급등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순매도액이 490억원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상황은 유례없는 규모로 풀이된다. 외국인 지분율이 78%인 KB금융은 이틀 간 주가가 15.3%나 하락했으며 이는 최근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주효했음을 나타낸다.
금융주는 봄 총선이 임박하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움직였으며, 야당에서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하자 정책 모멘텀 약화에 대한 우려들이 확대되며 급락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 발표 이후 KRX은행지수는 9.5% 떨어져 금융주 중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고, 이는 주주환원 규모 축소에 대한 우려와 긴밀히 연관이 있다.
현재 원화 가치가 달러당 1415원까지 떨어지면서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역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KB금융과 신한지주는 CET-1이 13%를 넘는 자본을 추가 주주환원에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원화의 추가 하락이 이루어질 경우 주주환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가치가 10원 하락할 경우 KB금융과 신한지주의 CET-1 비율이 각각 1bp,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3bp씩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야당의 탄핵 사례가 현실화된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대출금리 인하를 주장해 왔으며, 이는 결국 은행의 주주환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금융주 하락폭이 과다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기업 공시의 책임과 우리나라 증시의 국제 신뢰도를 감안할 때 주주환원이 전면적으로 백지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KB금융의 현재 주가는 바닥 수준이라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 주가가 9만원에 이를 경우, 2025년 주주총수익률(TSR)은 약 6%대 초반으로 예상되며, 이는 여전히 기대수익률에 비하면 낮지만 현재 주가는 저평가되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서울에서 이탈하는 데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