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심사에 착수하며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금감원은 이번 심사과정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특이사항을 발견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심사가 본격화되었다. 이로 인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지분매집을 넘어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로 이어지게 될 경우, 금감원의 심사가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5일 “경영권 분쟁에 관련된 양측의 정기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회계 위반 혐의가 확인될 경우 감리조사로 전환할 것”이라며 강제적인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감리조사로 전환되면 감사인 소환 등 심층조사가 이어지며, 제재 조치 또한 불가피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회계심사는 3∼4개월 정도 소요되며, 공시자료의 확인, 자료 요구 및 설명 등의 절차를 포함한다. 만약 금감원 조사에서 미흡한 자세가 발견될 경우 MBK 측의 경영권 장악 시도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MBK·영풍 연합은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1대주주로 올라섰으며, 최 회장의 경영체제를 흔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향후 공개매수를 통해 우호적 지분을 확보하며 지지세력을 넓힐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는 MBK·영풍 연합이 38.44%, 최 회장 및 우호세력이 33.9%, 국민연금이 7.8%, 기타주주가 17.46%, 자사주가 2.4%를 차지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이 베인캐피탈을 통해 추가적으로 2.5%를 확보하더라도 MBK·영풍 연합의 1대주주 지위가 타격받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의결권 지분의 절대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과 기타주주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MBK 측은 1대주주가 된 이후,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이전에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MBK 측은 현 이사진이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막대한 이자 부담을 안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행했다고 주장하며, 현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지분 중 약 4%가량이 자산운용사에 위탁되어 있다”며, “이 자산운용사들이 MBK 측을 지지하게 된다면, MBK가 의결권 기준의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은 MBK의 임시주총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임시주총에서 과반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의 경영권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 13명 중 5명이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MBK 측의 임시주총 전략이 실패할 경우, 정기주총에서 다시 한 번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경영권 분쟁은 향후 기업의 미래와 이사진 구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