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들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1.7%에서 1.9%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이러한 전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경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내수 부진을 감안할 때 두 달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요 글로벌 기업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둔화와 무역전쟁의 여파로 한국의 수출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의 약화는 올해 하반기부터 이미 시작된 만큼, 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감소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바클레이스, 씨티, JP모건, HSBC, 노무라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최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 초반에서 1.7%~1.9%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이 수치가 97.3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BSI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은 경우, 이는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BSI가 기준치를 밑돈 것은 무려 33개월 연속으로, 역대 최장기간이다. 특히, 자동차, 식음료 및 담배, 의약품 단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 전반에 걸쳐 우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일 개최될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심사숙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시장은 11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극심한 경기 부진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재정 긴축, 대출 규제, 고금리 정책의 조합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가 중산층 복원을 강조하는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깜짝 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은행이 더 이상 경제 회복세를 기대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