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절반 이상이 현재의 전기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이 원가 대비 과대평가됐다는 인식이 89%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문제를 두고 정부와 소비자 간의 인식 차이가 심화되고 있어 향후 전기요금 인상 과정에서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17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기요금 소비자 인식지수 측정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해 응답자의 44.3%가 ‘현재보다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용(30.6%) 및 일반용(28.3%) 전기요금에 대한 인하 요구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소비자들이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 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한국의 전기요금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국에 비해 저렴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1메가와트시당 130.4달러로 OECD 국가 중 3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이러한 통계와 반대로 생각하고 있으며, 조사에 따르면 가정용 전기요금이 ‘매우 싸다’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0.87%에 불과하다.
전기요금에 대한 인식은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했을 때도 높았다. 수도요금이 비싸다고 응답한 비율이 23.1%로 전기요금(48.7%)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으며,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다는 응답도 26.8%로 전기요금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였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2월부터 3월까지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주택용 전기소비자 1034명, 일반용 전기소비자 1051명, 산업용 제조업 고객 1624개사를 대상으로 하였다.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지속될 경우, 향후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정책에 대한 저항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원료가격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방법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원가 공개 주기를 1년에서 3개월 또는 6개월로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전기요금의 인식과 실제 가격 간의 현저한 차이는 정부의 요금 조정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반영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