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서 올해 54개의 신규 상장이 이루어진 반면, 상장 폐지된 기업은 겨우 14곳에 그쳤다. 이는 보수적인 상장폐지 절차로 인해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절차 개편을 위해 나선 가운데, 실제 퇴출 기업 수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오는 2024년에는 상장폐지 제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한계 기업의 퇴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년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에서 상장폐지된 기업 수는 14개사로, 이는 자회사 편입, 합병, 이전 상장,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선박 투자회사 및 해외 자원 개발 투자회사를 제외한 숫자다. 특히 올해 코스피에서 2개사가 상장 폐지됐고, 코스닥에서 12개사가 퇴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장 폐지된 총 9개사와 비교할 때 다소 증가한 수치로,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거래소는 부실기업의 퇴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별 심사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상장 심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신규 상장사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은 상황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코스닥에 상장된 신규 기업 수는 49개사로, 지난해 70개사와 비교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상장 폐지 대상 기업에 대해 부여하는 개선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폐지 제도 개편까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현재의 규정 내에서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개선기간이 줄어들면 거래 정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최대한 짧은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은 연내 발표될 예정이며,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상장사들의 재무적 상장폐지 요건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는 시가 총액이나 연 매출이 50억 원을 미치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의 위험이 있으며, 코스닥의 경우 시가 총액 기준은 40억 원, 매출 기준은 30억 원이다. 새롭게 개편될 경우 이 기준이 최대 2배까지 강화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현재 퇴출 기업 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신규 상장 기업이 비율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증시 발전에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하면서도 상장요건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결국, 이러한 제도 개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상장폐지 심사의 속도와 질 모두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 이는 결국 한국 증시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