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의 현물 이전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금융업계가 자사 계좌를 통해 거래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비보장성(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체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의 은행과 보험사들은 최근 4개월 동안 ETF 취급 상품 수를 무려 375개나 추가하며 대폭 확대를 이루었다. 이 기간 동안 이들 금융기관의 평균 ETF 취급상품 수는 276개에서 330개로 증가했으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500개 이상의 상품을 보유하게 되었다.

매일경제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이후 퇴직연금 ETF 상품 수(DC, IRP형 합산)가 504개(11.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미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던 증권사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역시 현물 이전 시행을 준비하기 위해 129개의 상품을 추가하였다. 결과적으로, 증권사들의 평균 취급상품 수는 800개를 넘게 되었다.

특히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는 수익률에 대한 높은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금융업계 경쟁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의 최정연 부센터장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전 고객들이 어떻게 상품을 옮겨야 할지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며, 전문가 상담을 통해 수익률 검증을 받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5년간 비보장성 상품의 수익률에서 4.45%라는 성과를 올렸지만, 통합 수익률은 다소 저조했다. 이는 비보장성 적립금 비중이 1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비보장성 적립금 비중이 50%를 초과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은 6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퇴직연금 계좌는 실시간 ETF 매매가 불가능하여, 시장 변동성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은행 고유의 비보장성 상품 투자 제약이 더해지면서 고객들의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비용부담률은 은행이 0.412%로 가장 높아, 금융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전문적인 연금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알고리즘에 기반한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며, 삼성증권은 10년 이상의 경력 PB를 배치하여 고객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은행들도 전문가와의 1대1 자산 관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펀드 및 ETF 등 상품 확대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고, 우리은행은 채널을 다양화하고 비대면 수수료 면제를 통해 고객의 상담 수요를 증가시킬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실물 이전 서비스를 통해 향후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향후 2050년께 국민연금을 초과하는 중요한 노후기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금융업계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