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종전 금융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다른 금융사로 이체할 수 있는 실물 이전 서비스가 시행된다. 이는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갈아타기 서비스’가 활성화될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약 400조 원 규모의 연금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약 400조878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은행권에 분포하고 있다. 기존에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은행들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증권사와 보험사들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익률은 금융사 간의 경쟁에서 주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금융사 간 퇴직연금 수익률 차이가 최대 13%포인트에 이르렀다.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경우, 삼성화재해상보험이 18.3%의 수익률로 가장 높은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5.14%로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근로자가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형(DC형) 상품에서도 9.43%포인트의 수익률 차이를 보였다. BNK경남은행(16.01%), 미래에셋생명(15.14%), 교보생명(14.53%)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롯데손해보험(7.62%), DB손해보험(6.58%)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이러한 수익률 차이는 실물 이전 서비스가 시행된 이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은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고, 전문가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4대 은행의 적립금 규모는 155조 원으로 전체 은행권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이상의 장기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저조해 금융업계는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미래소득 보장 기능이 미흡하지만 노후 준비를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금융사 간의 경쟁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은 이제 수익률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