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는 최근 실시된 투표 결과에 따라 유럽과의 미래를 선택할지, 아니면 러시아의 영향권에 머무를지를 두고 불투명한 정치적 상황에 놓여있다. 이번 주말, 몰도바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EU 회원국 지지 여부를 묻는 국민 투표가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결과는 예상보다도 더욱 아슬아슬한 접전으로 나타났다. 현직 대통령인 마이아 산두는 프로 유럽 성향의 지도자로, 다음 라운드에서 유로스켑틱 라이벌인 알렉산드르 스투이아노글로와 맞붙게 된다.
국민 투표에서 응답자의 50.16%가 EU 회원국 목표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에 ‘예’라고 답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몰도바가 서유럽 국가들과의 연결을 강화할지, 아니면 모스크바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게 될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로마니아 사이에 위치한, 주로 농업에 의존하는 가난한 국가로, 1991년 소련 붕괴 이후로 친 러시아 및 친 유럽 정부 간의 정치적 갈등이 이어져왔다.
이번 투표는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EU 가입에 대한 공식적인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여겨진다. 산두 대통령은 투표 결과에 대해 “국가의 이익을 해치는 외부 세력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녀는 특히 러시아가 선거 개입을 시도했으며, 투표를 왜곡하기 위해 ‘범죄 집단’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으며, 러시아 측은 해당 비난을 부인하고 있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우리는 이러한 주장을 전적으로 거부한다”며 “다른 국가의 내부 사안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두 대통령은 이러한 외부의 간섭이 몰도바의 민주적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범죄 집단이 약 30만 표를 구매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 결과는 몰도바의 정치적 미래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서방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의 국제 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몰도바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서방으로의 회귀를 선언했으나, 여전히 러시아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민들의 선택은 앞으로 몰도바와 동유럽, 그리고 유럽 전체의 정치적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