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후 12월 소비자 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2008년 10월 금융위기 시기와 비교하여 가장 큰 하락폭이며, 지수는 2022년 11월 이후 2년 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현재경기 판단, 향후경기 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하여 산출된다.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 대비 낙관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의 경우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11월 대비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현재경기판단이 52로 18포인트 하락한 것이 특히 두드러졌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며, 향후경기전망 역시 56으로 18포인트 하락하면서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현재생활형편(87, -4p), 생활형편전망(86, -8p), 가계수입전망(94, -6p), 소비지출전망(102, -7p) 각각도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황희진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이번 소비자 심리지수의 하락 원인으로 미국 대선 결과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와 비상계엄 사태를 지적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고 안정적인 상황이 조성되느냐에 따라 소비자 심리 회복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0월과 11월 연속으로 인하했으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인해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아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월 93에서 12월에는 98로 5포인트 상승했다. 또한 향후 1년간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공공요금 인상의 우려가 물가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조사에서는 10일부터 17일 사이에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전 날인 13일까지 90% 이상의 응답이 취합된 결과이다. 소비심리는 정치적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향후 정치적 안정이 경제 회복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