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설립을 통해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동산을 전체 매각하는 대신 주주 가치와 안정성을 유지하며 손쉽게 현금을 확보할 전략이다.
16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리츠 사업 진출을 위해 KB스타리츠의 투자운용을 담당하던 원광석 KB자산운용 리츠본부장을 영입했다. 원 본부장은 20년 가까운 부동산 투자 및 운영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KB금융그룹 최초의 상장리츠인 KB스타리츠의 운영을 맡아왔다. 원 본부장은 태광그룹 리츠 AMC(자산관리회사)에서 스폰서 리츠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태광그룹은 섬유, 석유화학, 금융, 미디어, 레저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으로, 특히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에서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리츠로 편입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산은 광화문에 위치한 흥국생명 본사사옥으로, 서울의 핵심 업무권역 내에 자리잡고 있어 높은 자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외에도 남대문사옥과 강남금융플라자, 대전 및 부산 사옥 등 다양한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신파이낸셜그룹 또한 리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대신밸류리츠’ 영업인가를 받았으며, 이는 서울의 주요 부동산 자산을 포함한 국내 최초의 금융·디벨로퍼형 스폰서 리츠가 될 예정이다. 대신343으로 불리는 서울 본사사옥은 CBD에 위치하며, 약 6620억원으로 평가되는 가치가 높다. 이미 주요 증권사들이 자산 투자에 나서거나 인수를 검토 중이다.
LG그룹의 D&O는 현재 LG헬로비전 본사 사옥의 리츠 설립을 위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옥은 연면적 3만8075㎡로, 매도자인 이화자산운용과 약 1700억원 안팎에서 가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 외에도 삼성, SK, 한화, 롯데그룹 등의 대기업들은 이미 리츠 사업에 진출하고 있으며, 각각의 리츠 AMC를 통해 다양한 부동산 자산을 편입시켜 운영 중이다. 삼성FN리츠는 대치타워와 에스원빌딩, 판교사옥 등의 오피스를 포함하고 있으며,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등을 리테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과 국내 리츠 시장의 자금 부족 현상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스폰서 리츠에 대한 시선이 밝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신세계그룹은 첫 자산인 스타필드 하남의 유동화 작업 속도를 조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