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방안에 법적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법원은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지위’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며, 이는 정책의 실행 가능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각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연매출 100억원 또는 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20일의 정산 기한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쿠팡, 네이버, G마켓, 11번가와 같은 대기업이 이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 배달 및 숙박 앱, 그리고 앱 마켓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기존 대규모유통업법이 주로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을 겨냥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 개정안은 더 많은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쿠팡의 최저가 매칭 시스템 관련 사건에서, “대규모유통업자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개별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가 존재해야 법 적용이 가능하다”라고 판시하며, 공정위의 33억원 과징금 부과를 취소했다. 이는 공정위가 제시한 사업능력 격차, 거래 의존도, 유통업태의 범위 등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된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플랫폼 규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전남대학교 법학연구소는 온라인 플랫폼이 직매입, 위수탁, 중개 등의 다양한 거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각 입점업체의 플랫폼 의존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매출 기준으로 우월적 지위를 가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거래상 우월지위는 단순히 기업의 규모와 매출액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개별 거래관계 속의 영향력이나 시장 내 대안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정해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티몬과 위메프의 지급불능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회계 규제나 도산법 등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한 해결 방안 모색이 입법 만능주의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공정위가 제안한 정산기한 20일 규정은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해당 플랫폼들의 평균 정산 주기를 바탕으로 이 기한을 설정했으나, 대부분의 플랫폼 정산 기한이 10일 이내인 상황에서 불합리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규제의 적용이 실제 법적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으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