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비트에서 14억6000만 달러, 한화 약 2조1000억원에 달하는 가상화폐가 해킹당하는 초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과 2021년 폴리 네트워크 해킹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해킹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비트의 최고경영자 벤 저우는 이날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해커가 바이비트의 오프라인 이더리움 지갑 중 하나를 공격해 자산을 탈취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 블록체인 분석가 잭엑스비티는 해커가 의심스러운 거래를 통해 상당량의 자산을 지갑에서 빠져나가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이비트는 해킹 이전에 약 162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번에 도난당한 자산은 총자산의 약 9%에 해당한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이번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추적 플랫폼 아캄 인텔리전스는 잭엑스비티가 제시한 증거를 바탕으로 북한 해킹 조직이 연관되어 있을 수 있음을 밝혔다. 또한 블록체인 보안 기업 파이어블록스는 이번 해킹이 지난해 인도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와지르X와 대출 프로토콜인 라디언트 캐피털에 대한 공격과 유사하다고 전하며, 이 두 사건 모두 북한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지지했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해킹을 통해 자산을 탈취하고 이를 현금으로 세탁하여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일 3국은 지난해 발생한 암호화폐 탈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공식 지목한 바 있다.
이번 해킹 소식이 알려지자 가상화폐 시장은 급격히 하락세를 보였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9만5000달러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더리움, 리플(XRP), 솔라나, 에이다 등 다른 주요 가상화폐도 일제히 3~5% 가량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가상화폐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바이비트의 해킹 사건은 단순한 금전적 손실을 넘어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북한 해킹 집단의 향후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해킹에 대해 보다 철저한 보안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