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 증시가 이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금융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로스톡스50 지수가 연초 대비 9.48% 상승하면서 미국의 주요 지수인 S&P500(3.14%) 및 나스닥(2.09%)을 각각 크게 웃도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 세계 주요 지수 상승률을 비교할 때, 1위에서 10위까지의 지수 중 9개가 유럽에 속하고 있다. 코스닥이 10.64%로 두 번째 상승률을 기록했음을 제외하고, 폴란드 WIG20(14.39%), 독일 DAX(10.06%), 프랑스 CAC(8.47%) 등의 지수도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증시의 주요 기업들, 예를 들어 루이뷔통, SAP, 에르메스, ASML 등은 올해 들어 10% 이상의 주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유럽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확실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TIGER 유로스탁스50 ETF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17,480원에서 현재 19,305원으로 10.44% 상승했다. 또한,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 ETF는 같은 기간 9,495원에서 10,910원으로 14.9% 급등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럽 증시의 상승세는 여러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미국 증시가 심리적으로 고평가된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을 지속하는 기대감이 크다는 점이다. ECB는 경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완화를 고려하여 금리 인하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회의에서는 예치금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어 2.75%로 조정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ECB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증시는 기저 효과와 ECB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경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자본은 미국 이외의 다양한 투자처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유럽 주식으로 인입된 자금은 25년 만에 두 번째로 큰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럽 증시의 강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의 기저효과로 인해 일시적인 자금 쏠림이 발생하고 있지만, 유럽은 구조적으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은 올해 유럽 증시의 매출 성장률이 7.9%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미국 증시는 거의 두 배에 달하는 14.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이 여전히 낮은 에너지 자립도, 분열된 에너지 및 자본 시장, 낮은 인구 증가율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월가의 장기적인 지배력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유럽 증시의 상승세는 단기적인 반짝 효과일 위험이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