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의 이사회 의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해외 의결권 행사내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개최된 코스트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해밀턴 제임스 이사회 의장의 이사선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해밀턴 의장은 1988년부터 코스트코의 이사회에서 활동하며 재직 연수가 20년을 넘었다는 점이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행사한 주된 이유로 지목되었다. 국민연금은 해밀턴 의장의 장기 재직이 독립성과 객관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선임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통과되었다.
해밀턴 의장은 2017년부터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으며, 이전에는 블랙스톤 그룹에서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했던 투자은행(IB) 업계의 저명한 인물이다. 현재는 가족 투자회사인 제퍼슨리버 캐피탈을 운영 중이다.
국민연금은 또한 수잔 데커 후보의 이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수잔 데커는 2004년부터 코스트코의 이사회에서 활동해 온 바 있다. 두 후보를 제외하면, 나머지 이사회 후보들은 대부분 10년 이하의 재직기간을 보유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우려는 특정 후보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국민연금의 현재 ‘해외주식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당해 회사에 사외이사로 재직한 연수가 과도하게 장기인 경우”에는 반대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기준은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있어 보다 건강한 지배구조를 지향하려는 의도를 갖고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
반면, 이번 주주총회의 결정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원칙이 실제로 기업의 이사선임 과정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로, 향후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원활히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