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해외 투자 열풍,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이민에 나서다

일본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규모가 급증하며 ‘주식 이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총 10조4000억 엔(약 954조 원)으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147% 상승한 수치로, 일본 정부가 도입한 신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제도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해 금융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유사하다.

신NISA의 도입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외 투자에 관한 제약을 덜 느끼게 되었으며,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퇴직연금 적립금을 주식에 투자하여 증시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NISA 계좌의 비과세 기간이 평생으로 연장되고 연간 납입 한도액이 360만 엔에서 1080만 엔으로 세 배로 늘어난 것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투자 열풍은 올해 더 심화되고 있다. 일본의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월 셋째 주에는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과 해외 투자 펀드를 6주 연속 순매수하며 총 4898억 엔을 투자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 및 투자 펀드는 661억 엔 순매도로 전환되었다. 이는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 대신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츠오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가치 하락이 일본 가계의 해외 투자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3월 이후 엔화는 달러 대비 최고 113엔에서 최저 162엔까지 하락하며 최대 40% 이상 떨어졌다. 이로 인해 일본 가계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책으로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JP모건의 미라 찬단 연구원은 연초부터 NISA를 활용한 해외 투자 수요가 강하게 일어나며, 일본인들의 현금 보유가 달러 매도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증시에서 상장된 기업들도 개인 투자자 유인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다. 일본 증시는 100주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수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주식을 액면분할하여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도쿄 증시에서 주식을 액면분할한 기업의 수는 211개로, 이는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해외 투자 열풍은 엔화 가치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는 일본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증가는 단순한 글로벌 투자 동향 이상으로, 마켓의 변화와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