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464원까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상승 모멘텀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적 요인과 내부적인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보편 관세 도입 가능성, 내수 시장 침체, 그리고 엔화 약세가 이 같은 주가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의 주가는 0.46% 상승해 21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기아는 2.29% 상승한 10만29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배당기준일에 받은 높은 배당률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우선주와 현대차2우B는 각각 1.77%, 1.4%에 그쳤다. 이는 주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북미 시장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매출과 영업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가는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올해 현대차의 북미 매출 비중은 45%, 기아는 44%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원화 가치가 10원 하락할 경우 현대차의 영업익은 약 2800억원, 기아는 2200억원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한 달간 원화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주가는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제기된 9월 말, 현대차의 주가는 25만900원에서 21만원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내수 판매가 전년 대비 18%, 수출이 5% 감소한 상황에서 불거진 불안감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엔화 약세는 원화의 약세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엔화는 달러 대비 약 2% 하락했지만, 도요타의 주가는 2760엔에서 3156엔으로 상승하며 경쟁력이 오히려 강화됐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가 원화 약세를 통해 얻는 이점이 반감되고 있다.

더욱이 원화 가치의 급락은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보증 충당부채에 대한 비용도 증가시키고 있다. 이들 회사의 충당부채 중 70~80%는 달러 표시된 부채로 구성되어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말 달러당 원화값이 1320원에서 1450원으로 급등할 경우 현대차는 5730억원, 기아는 4940억원의 변동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충당부채의 리스크도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충당부채는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실제 현금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함에 따라 이들이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2배, 기아는 3.9배로, 글로벌 자동차 회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주가가 현재보다 오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여러 복합적인 외부 요인과 충당부채의 부담 속에서도 여전히 주주환원 수익률을 높여가고 있으며, 향후 주가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한다. 만약 기아가 자사주 매입을 본격화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경우,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