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계엄령이 선포된 당일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상장지수펀드(ETF)를 대량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령 발표 이후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ETF의 가격이 크게 변동했고,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가 장이 닫힌 사이 미국 증시의 강한 변동성을 활용해 투자 기회를 포착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코리아 불 3배 셰어스 ETF(KORU)를 약 1,750만 달러, 즉 약 250억원어치 매입했다. KORU ETF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변동 폭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MSCI 한국 지수는 국내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와 중형주 92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같은 날 KORU ETF와 유사한 지수를 레버리지 없이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MSCI 사우스코리아 ETF(EWY)에도 국내 투자자의 자금이 150만 달러, 즉 약 20억원 가까이 유입되었다. MSCI 한국지수는 그 다음 날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후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변동성을 보였다.
4일(현지시간) KORU ETF는 2.06% 상승했고, EWY ETF는 0.72% 상승 마감했다. 계엄령 선포 직후 KORU ETF가 전 거래일 대비 11% 넘게 하락했을 때 이를 저점에 매수한 투자자는 반등 후 고점에 매도하여 최대 20%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KORU ETF의 순매도 규모는 68만 달러, 즉 약 9억원에 그쳤으며, 이후 5일과 6일 동안 각각 3.12%와 3.24% 하락하면서 당일 매입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3일 장중 7.12% 하락했던 EWY ETF는 다음 날 0.77%까지 상승하며 전날 저점에 매수 후 고점에 매도하면 8%에 가까운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5일과 6일에는 각각 1.23%와 1.01% 하락하면서 4일에 EWY ETF를 매도하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손실을 안겨주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7일 탄핵안이 부결되면서 국내 증시에 불안심리가 확산되어 한국 ETF의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가치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건스탠리는 많은 투자자들이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될 경우 한국 주식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골드만삭스는 한국 기업의 실적 하방 리스크와 정책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안정성이 장기화될 경우 주식시장 및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불안 심리의 장기적 진행 가능성을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