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브라질 헤알화가 20% 급락하면서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큰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브라질 채권은 고금리와 비과세 혜택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이번 환율 변화로 인해 환차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월 30일 기준으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헤알당 233.85원으로, 올 1월 16일 273원에서 약 15% 하락했다. 특히 달러 대비 헤알화의 가치는 20%나 감소하며 현재 1달러가 6.0142헤알에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 등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의 공공지출 절감 노력 부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헤알화 약세를 부추겼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작년 취임 이후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공공지출을 크게 늘려왔고, 이로 인해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파트리시아 우르바노 스위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펀드매니저는 “브라질 자산 전반에 대한 위험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현지 자산 매도세가 강해져 더욱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알화의 약세는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라질 국채는 이자수익이 비과세로 제공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투자자는 헤알화 또는 미국 달러로 브라질 국채에 투자할 수 있지만, 달러 기반으로 투자할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만기가 3년 남은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의 세전 환산금리는 4.7%로, 만기가 4년 남은 브라질 국채 이표채 금리가 13%인 것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떨어진다.
브라질 국채의 수익률은 현재 대부분 13%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표면금리가 10%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BB로 매겨진 고위험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채권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익률을 제공하므로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특히 한국은행 예탁결제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이 보유한 브라질 채권의 가치는 11월 말 기준 2억6374만 달러, 약 3692억원에 달하며, 이는 2023년 2억3853만 달러보다 증가한 수치이다. 브라질과의 조세협약 덕분에 이자소득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점도 이 투자에 매력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채권 금리에도 불구하고 헤알화 가치는 급락하면서 환차손으로 인해 실질적인 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매매와 환전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손실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최근 브라질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잇따라 이루어진 만큼,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을 경우 매도 시의 손실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달러 가치 상승과 두 나라 통화정책의 차별화로 인해 헤알화 가치가 안정세를 찾는다면 이번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 1분기 말에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헤알화의 안정세가 회복되지 않으면,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은 지속적인 손실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