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홀딩스가 최근 자사주 47만193주를 비영리재단 법인에 무상으로 증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증여는 회사가 발표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며, 자사주 의결권 부활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주주들은 이번 결정이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존 목적에 명백히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홀딩스는 11일 비영리재단 법인을 설립하고 자사주를 무상으로 증여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약 4.76%에 해당하며, 공시 당시 회사 측은 ‘사회적 책무 실행’을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사실상 재단을 통해 자사주 의결권을 복원하고, 최대주주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있다. 이사회는 이날 오전 무상 출연을 만장일치로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주들은 과거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주친화정책’을 강조한 것이 이번 결정과 반대로 간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HL홀딩스는 현재 6%에 근접하는 배당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가 24% 하락한 상태이며,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WCP에 대한 투자 손실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주가는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무상 출연이 고려아연의 적대적 M&A 우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HL홀딩스의 정몽원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1.58%에 불과하여, 일반적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하일 경우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경영권을 방어하고자 한다면 자사주 매입이나 매각을 통해 모든 주주 지분율을 동등하게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이런 무상 증여 방식이 향후 다른 기업들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재무적 측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163억원 상당의 기부금이 즉시 회계상 손실로 반영되고, 그 금액은 지난 3년 평균 지배주주 순이익의 약 30%에 해당한다. 더욱이 재단에 배당을 지급하게 될 경우 추가 9억4000만원이 필요하며, 이는 전년 배당 지출의 4.9%에 해당한다. 이러한 재원 부담은 주주들로부터 더욱 큰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HL홀딩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배 수준에 머물고 있어 장부가치로는 약 543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무상 출연과 관련된 논란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KT&G도 비슷한 사례로 자사주 매입 대신 재단에 무상 증여한 것으로 인해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이사 책임 추궁을 당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HL홀딩스의 향후 경영 방향과 주주와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