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하게 예·적금 하고 있을 때야?…트럼프 시대에 빚투 현상 심화

최근 국내에서 ‘코인 빚투’ 현상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는 가상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적금 통장을 깨고,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해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투자 방식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트럼프 트레이드’와 관련이 깊으며, 다양한 경제적 우려를 낳고 있다.

코인 통계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평균 거래대금은 21조 원에 달하여, 이전 주의 7조 원과 비교해 무려 187% 증가했다. 특히 미국 대선이 있던 주간과 비교하면 486%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며 거래량이 폭증했다. 이러한 이유로 코인을 구매하기 위한 예치금 또한 크게 증가하여, 금융 당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말과 비교해 2조4000억 원이 유입됐다.

신용대출이 코인 투자에 주요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보도에 따르면, 가계 신용대출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104조6239억 원으로 지난달 말과 비교해 7788억 원 증가했으며, 이 중 97%가 마이너스 통장에서 발생했다. 금융권의 관계자들은 최근 신용대출 증가가 상당 부분 코인 투자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금융 당국의 대출 억제 정책이 신규 대출을 어렵게 만들자 마이너스 통장 활용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빚투’의 확산은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정책의 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 예금은 직전 달보다 10조1186억 원 줄었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 두 배 많은 감소폭이다.

또한, 현재 투자 자금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며 ‘주식 이민’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이달 14일 기준 1001억 달러에 달하며, 최근 역대 최고치를 갱신한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와 외환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으며,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0일 금융 업체들과 함께 외화 유동성 상황을 점검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주요 은행들은 이번 달 내 원화가 145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국내 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