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야 정책위원회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기존의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이동, 즉 ‘머니 무브’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은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예금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당局의 전망에 따르면 이번 한도 증가로 저축은행 예금은 16%에서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업계 내에서는 급격한 자금 이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경우 자본 대비 예금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자본 비율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저축은행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예금자와 예금보험기구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국정감사에서 “머니 무브가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저축은행권에서는 예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리 인상이 촉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자금력이 있는 대형 저축은행들이 우위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소형 저축은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높은 예금보험료를 내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조치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우체국은 국가 기관으로서 예금자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예금 전액 보호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체국에서 제공되는 예금 상품의 금리는 금융권에서 판매되는 일반 예금보다 낮은 편이다. 새마을금고 역시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중앙회에서 자금을 적립하여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만약 예금자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늘어나게 되면 새마을금고도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소비자들은 예금자보호법 시행 시점에 보호받을 수 있는 자산의 범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후순위 채권, 환매조건부채권(RP), 수익증권 등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예금 상품 가입 시 이러한 제외 조건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확인해야 한다.
여야 의원들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한도 상향 시행 시점을 명확히 규정할지를 놓고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조정되는 시점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자금 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시점에 시행되지 않으면 금융 정책의 효과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확한 시행 시기 조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합의에 따라 여러 다른 법안들도 통과됐다. 이러한 법안에는 첨단산업 전력 공급을 위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군인·공무원 재해보상법, 위기청년지원법, 대부업법 개정안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변화들이 저축은행 및 금융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