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에 대한 담합 조사에 착수하면서, 관련 부처 간의 의견 충돌이 불거져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같은 통신 기업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시한 판매장려금규제를 따르고 있는데, 공정위가 이를 담합으로 간주하며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부처 간의 정책과 입장이 서로 엇박자를 이루는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에 따라, 사전 역할 조율과 정부 내에서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내년 초 통신사 담합 사건에 대한 전원회의 심의를 조율하고 있으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사건에 대해서도 심의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는 공정위 조사에 대한 반감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통위원회 김태규 직무대행은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KT의 요청에 대해 “공정위에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금융권에서는 LTV 담합이 인정될 경우 가계부채 관리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공정위는 다양한 사건에서 부처 의견을 일일이 고려한다면 조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난감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 행정지도 하에 발생한 담합 사건들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하는 심사지침을 마련해 두었기에, 부처의 지침이 있더라도 허용되지 않은 합의는 담합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통신사와 시중은행 역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방통위의 지침을 따르다 고비용의 과징금을 맞게 될까 우려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공정위가 2012년 담합 사건을 조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심의가 종결된 사례와 같은 불확실성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통신사들은 조 단위의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통신 정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과기부와 방통위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오는 13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부처 간 정책의 일관성을 찾아가는 것이 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관련 부처가 보다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기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