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인하안 추진, 기업 해외 유출 우려 커져”

한국 정부가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재의 50%에서 40%로 인하하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는 상속세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 자본과 기업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의 상속세 부담은 미국의 5배, OECD 평균보다 6배 높으며, 이는 경제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현재 한국의 상속세율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국경 간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세율이 과도하면 기업의 해외유출 위험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상속세 개편은 이러한 경제 환경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상속세법 개정안을 발표했으며, 이는 ‘과세표준 30억원 초과시 세율 50%’에서 ‘10억원 초과시 세율 40%’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또한, 기존 최대주주에 대한 20% 할증 적용을 폐지하여 실제 최대세율이 60%에 달하는 구조도 수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변화는 25년간 유지되어 온 고세율에 대한 반발과 경제 전반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 비중이 0.7%로, OECD 평균인 0.2%와 미국 0.1%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이는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인해 중산층도 상속세를 부담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00년 상속세 대상자는 1,389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19,944명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를 위한 자녀 공제를 확대하고, 자녀 1명당 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증가시키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세 방안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의원들은 세수 기반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3년간 정부의 감세 조치가 97조 3000억원으로, 그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됐다고 주장하며, 세수 결손 문제도 지적했다.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라 5년간 국민 개인의 세부담은 총 21조 8044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중 서민·중산층 세부담 감소액은 1조 7456억원에 불과하고, 고소득층 세부담 감소액은 20조 588억원에 이른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상속세 완화가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며, 부채 때문에 상속을 포기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속세 개편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으며,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 부담의 불합리성 지적과 함께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유산취득세 전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OECD 회원국 24개국 중 20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상속세 개편 문제는 경제 전반의 활성화와 공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으며, 향후 정부의 결정과 정치권의 합의가 어떻게 이루어질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