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업계 전반에 적자 전환, 신세계도 사례로 등장

국내 면세점 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의 대량 구매가 줄어들고, 원화의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2023년 3분기 영업적자가 162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5% 감소한 수치로, 외부 환경이 면세업계에 미치는 타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신세계면세점의 순매출액은 지난해 4361억원에서 4717억원으로 8.2% 증가했으나, 인천공항 정식 매장의 임대료 부담과 중국 시장 소비의 침체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당기순이익은 366억원으로 작년 동기 618억원에 비해 40.7% 감소하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 동안 신라, 롯데, 신세계, 현대의 주요 4개 면세점이 모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3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호텔신라 전체가 적자 전환했다. 현대면세점 역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2282억원에 그치며 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였다. 롯데면세점은 아직 구체적인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과거 실적에 비추어 볼 때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에 영업손실 183억원을 기록한 바 있으며, 이와 유사한 경영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 업계의 부진은 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감소와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스타일 변화에 기인한다. 전통적으로 면세점에서 명품과 화장품을 대량 구매하던 중국 관광객들이 줄어든 반면, 이들은 더 이상 면세점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올리브영, 다이소와 같은 ‘K컬쳐’의 핫플레이스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원화 약세로 인해 한국인 여행객들이 면세점 쇼핑을 줄이고 일본으로의 쇼핑을 늘이는 추세도 면세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외국인은 면세점에서 명품이나 기념품을 대량으로 사지 않고, 한국인들은 일본 엔저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일본으로 쇼핑을 떠나는 상황”이라며 “원화가 떨어지면 기존에 매입한 상품을 더 높은 가치로 판매할 수 있지만, 이러한 차익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점 업계의 부진과 더불어 경제 불황으로 인한 백화점 업황 악화도 신세계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3분기 연결 기준으로 신세계를 운영하는 (주)신세계의 매출은 2조7089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9.5%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366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0.7% 줄어들었다. 백화점 사업 부문에서 매출액은 1조6877억원으로 3.1% 증가하였으나,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4.8% 감소했다. 이상 기후로 인해 패션 관련 매출이 감소한 점이 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2960억원으로 6.3% 줄고,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무려 65.4% 하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