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올해 세수 예상치보다 30조 원 정도 낮은 결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높은 법인세 의존도와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기인하고 있다. 지난 해 문닫은 세수 결손의 충격을 안고, 올 해에도 29조6000억 원의 국세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는 각종 공공기금을 적극 활용해 이를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설계된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최대 6조 원을 동원할 계획이다. 이는 환율 급등락 시 달러 매매를 통해 외환시장에서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며, 지난해에도 20조 원을 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된 바 있다. 김희재 외화자금과장은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초과하고 있어 국내 외환 대응 역량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전달되는 교부세 중 6조5000억 원의 집행을 보류하기로 하였다. 이로 인해 각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지원될 3조2000억 원에 한해 집행할 계획이다. 류중재 국고과장은 국회에서 지방 재원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 재정교부금 감액폭을 줄이기 위해 공공기금을 활용하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되는 2~3조 원도 세수 부족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로 동원될 예정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포함한 이 기금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마련된 자금으로, 이번 세수 결손 대응에 목숨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함과 동시에, 한국 정부가 법인세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 비중은 GDP 대비 5.4%로 OECD 평균인 3.8%를 훨씬 초과하고 있으며, 이는 총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이 주요 7개국(G7) 평균 9.9%, OECD 평균 12.1%보다 높은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경우 국가 재정이 더욱 심한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 올해 법인세 세수 결손은 14조5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높은 법인세 의존도가 세수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법인세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실적 개선을 통해 세수 안정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정부의 장기 재정 계획에 있어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