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과 웨이브 합병, 뜻밖의 반대세력 등장”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위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공식화된 지 거의 1년이 지났으나,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대 세력이 등장했다. 합병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곳은 몇 군데로 확인되었다. 먼저,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KBS, MBC, SBS와 같은 지상파 방송 3사가 지분율 각각 19.8%를 보유하고 있어 이사회 의결권 문제로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티빙의 지분을 보유한 중앙그룹의 콘텐츠 제작사인 SSL중앙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1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상장 계획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때 합병 비율을 과도하게 요구했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SSL중앙은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합병 기한이 가까워지자 넷플릭스 역시 범인으로 지목되었으며, 이 회사가 지상파의 콘텐츠를 늘리고 티빙에서 인력을 스카웃하는 등 합병을 방해하는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웨이브와 티빙의 모회사인 SK스퀘어와 CJ ENM이 서로를 합병 반대의 ‘마피아’로 지목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반면, 최근 KBS와 MBC, SBS 등 웨이브의 주요 주주들이 티빙과의 합병 안에 대한 고견을 도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티빙의 주요 주주인 KT는 여전히 합병안에 찬성하지 않고 있어 향후 협상이 주목받고 있다. KT는 티빙의 OTT 서비스 시즌 인수를 통해 1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자사의 IPTV 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강해 보인다.

OTT 서비스의 부상으로 KT 등의 IPTV 사업이 공중파와 함께 위협받는 상황이다. KT의 올해 2분기 IPTV 가입자는 942만3000명으로, 작년 947만 명에 비해 소폭 줄어들면서 성장 둔화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OTT 시장의 성장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CJ그룹과 SK그룹은 각각 CGV와 IPTV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OTT 산업의 성장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만, KT는 자기 이익을 고집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KT가 합병안에 찬성할 경우, 관련 주주들은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거치면 내년 상반기에는 합병 법인이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1420억 원, 79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공중파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세미나에서는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이 “한국에서 규모 있는 OTT 플랫폼이 부재한 상황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종속을 야기할 것”이라며,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우리의 OTT 시장에서 글로벌화를 위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